영화 '닥터 슬립'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 전작 '샤이닝'을 오마주하고 만든 장면들이 많이 존재하더라구요. 왜 많은 리뷰어 분들이 샤이닝을 보고 닥터 슬립을 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사실 닥터 슬립 자체도 샤이닝을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되게끔 잘 만들어 놓은 영화지만 후반부에 오버룩 호텔로 갈 때부터는 샤이닝을 모르면 조금은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영화 닥터 슬립이 전작 샤이닝과의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영화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닥터 슬립과 샤이닝의 연관성 살펴보기
오버룩 호텔 사건
영화 '닥터 슬립'의 초반, 대니의 엄마 웬디가 "무슨 일이니 댄, 그 후로 입을 닫아 버렸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과연 그 사건이 어떤 일이었고, 뭐 때문에 댄이 큰 충격을 받고 입을 닫아 버렸을까요...?

1980년, 잭 토렌스는 겨울 동안 한적한 호텔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며 그의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도 함께 호텔에 머무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은 '샤이닝'이라는 특별한 힘을 가진 대니를 노리는 저주받은 곳이었습니다.
호텔의 고립된 환경과 잭의 점점 악화되는 정신 상태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잭은 점점 폭력적이고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며, 결국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 합니다.
대니의 특별한 능력을 노리는 호텔의 악령들이 드러나고, 잭이 호텔과 유령들에게 사로잡히며 가족 간의 공포스러운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결국 잭은 호텔 속 미로에 갇히게 되고, 웬디와 대니는 겨우 탈출하여 오버룩 호텔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즉, 그 호텔과 악령들이 강력한 샤이닝을 내뿜는 대니를 자신들의 양분으로 삼으려 했고, 그의 아버지 잭이 그들에게 사로잡히며 자신의 아내와 아들까지 죽이려 했던 사건이 5살 대니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이 일 이후에도 악령들은 계속해서 대니를 따라다녔고, 대니는 결국 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 충격으로 입을 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할로런 아저씨
영화 '닥터 슬립' 초반, 어린 대니 옆에 있던 흑인 할로런 아저씨의 정체는 전작 샤이닝에 나온 오버룩 호텔의 요리사로 대니의 텔레파시를 받고 도우러 가지만 잭에게 죽임을 당하죠. 즉, 영화 '닥터 슬립'의 할로런 아저씨는 예상하셨을 테지만 실제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었던 것입니다.

할로런은 대니와 마찬가지로 샤이닝을 가진 인물로, 그의 할머니부터 대를 걸쳐 능력이 이어집니다. 할로런 아저씨가 샤이닝 능력으로 대니에게 먼저 "아이스크림 먹을래?"라고 말을 걸며, 대니는 자신만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할로런 아저씨는 댄에게 샤이닝에 관한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237호는 절대 열지 말라고 경고하죠. 하지만 댄은 그곳의 문을 열게 되고 237호에서 나체의 할머니 귀신이 대니를 목 졸라 죽이려 하면서 트라우마가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대화할 때 내가 네 머릿속에서 말해서 기분 좋았지?
혼자가 아닌 걸 알게 돼서...
누군가 내게 그랬고 너도 누군가에게 그래야 해, 대니 토렌스
그리고 닥터 슬립에서 할로런 아저씨는 죽고 나서도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니를 도와 그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샤이닝이 뭐지?
스티븐 킹의 소설 내에서 '빛'이라는 의미의 초능력입니다. 사실 샤이닝은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라, 신성한 힘을 의미하는데요. 강한 샤이닝을 가진 사람은 미래를 보기도 하고,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으며 과거의 사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샤이닝은 어렸을 때 능력이 가장 강하고 나이를 먹으면 점점 능력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니나 닥터슬립의 아브라처럼 강력한 샤이닝을 가지고 있어 자각하는 경우는 드물고, 자각하지 못한 채 약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샤이닝 능력자들끼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쪽이 큰 고통을 겪으면 그 고통이 같이 교감하던 다른 능력자에게 전달되어 함께 괴로워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화 닥터 슬립에서 대니와 빌리가 트루낫 멤버들에게 총을 쏠 때 로즈가 괴로워하던 장면이나 영화 샤이닝에서 할로런이 도끼에 맞을 때 어린 대니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영화 '닥터 슬립'에서 어두운 존재에게 샤이닝은 음식과 같다고 합니다. 악령이나 트루낫과 같은 악의 존재들에게 샤이닝은 그들을 유지하기 위한 먹잇감, 양분과도 같은 것이라는 거죠.
오버룩 호텔의 바텐더
영화의 후반부, 대니가 오버룩 호텔로 들어갈 때 거의 스탠리 큐브릭감독 헌정 영상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영화 샤이닝을 오마주를 한 장면들을 많이 넣어 놓았더라고요.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영화 샤이닝을 존경해 왔단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모든 소품을 공들여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버룩 호텔에 도착한 대니는 건물로 들어가 호텔을 깨우기 시작하죠. 그러면서 전작에 나왔던 모든 장면들을 훑어주며 전작 영화를 본 팬들은 고립된 공간 속에서 그들의 혈투를 다시 한번 기억해낼 수 있게끔 해줍니다. 그리고 대니 또한 그 곳에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죠.

그리고 그는 파티장 '골드룸(The Gold Room)'으로 향합니다. 폐허가 된 호텔에 바텐더가 된 대니의 아버지 잭이 서 있습니다. 대니는 40년 전 그의 아버지처럼 술을 건네받습니다.
40년 전의 댄의 아버지 잭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던 사람이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대니의 팔을 탈구시킨 전적이 있었으며 또한 그는 학교 교사였지만, 어느 날 한 학생을 심하게 때려 결국 해고당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작가로 활동하고자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앞서 말한 대로 친구의 도움으로 오버룩 호텔의 관리직 자리에 새로이 들어가게 됩니다.
겨울 동안 폭설로 고립된 호텔에서 그는 창작에 대한 초조감, 이번 일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이 재발하게 되고, 호텔 골드룸 파티장에서 바텐더 로이드 환영에 매료되어 결국 술을 마시게 됩니다.
그러고는 호텔에 완전히 사로잡혀 가족들을 죽이려 했었죠.
하지만 대니는 영화 마지막까지 술을 절대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대니가 아빠의 길을 반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견디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대견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장면이 영화 닥터 슬립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 닥터 슬립에 숨겨진 비밀
- 영화에서는 안 나왔지만 아브라와 대니는 실제 친척 관계임이 원작 소설에서 밝혀집니다. 아브라의 어머니가 사실은 대니의 이복자매로 실제로 삼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가 대니와 유사하고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 영화 샤이닝의 오마주 중에 하나로, 대니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기 전 면접 장면이 영화 샤이닝에서 아버지 잭이 오버룩 호텔을 관리하기 전 했던 면접과 똑같은 방에서 합니다.
- 빌리도 사실 약한 샤이닝 능력이 있었습니다. 영화 닥터 슬립에서는 대니가 빌리에게 "사람 보는 눈이 있잖아"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암시만 하고 넘어가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고 합니다.
- 닥터 슬립 초반에 대니의 트라우마에서 나오는 방 237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을 오마주해 넣은 장면이고 이후에 고양이 아지가 들어가는 방 번호들은 모두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에 맞춰 217호를 보여줍니다. 이는 원작 소설과 영화 샤이닝을 모두 존중하여 이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게 되었네요😅
그래도 끝까지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